얼마 전부터 치즈인더트랩이 재연재를 시작했다. 

재연재 소식을 듣자마자 흥분해서 친구들한테 다 알렸는데 다들 엄청 좋아했다 ㅋㅋ 

그때는 재미있게 봤던 웹툰의 재 연재 소식에 단순히 행복해한 것이었지만 지금 보는 치인트가 이렇게 다른 감정을 안겨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치인트가 2010년 연재를 시작했으니 중학생 때부터 본 것인데, 주인공 홍설의 나이가 지금 내 나이랑 비슷하니까 감상할 때의 느낌이 확 다르다.

교복 입던 때에는 간접 경험에 대한 흥미로움으로 작품을 봤다면, 지금은 직접 경험에 의한 공감으로 작품을 보고 있다. (물론 백인호나 유정 같은 남자를 만나고 있진 않다. 나도 홍설 같지 않고) 

 

치인트의 스토리 전반에는 대학생의 현실적인 이야기와 고민이 담겨 있는데, 아 정말 공감된다. 

물론 나는 홍설 같이 엄청 열심히 살고 있지는 않지만.. 

 

치인트에는 학교 생활 외에도,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에 직면하는 대학생의 혼란스럽고 두려운 감정이 잘 표현되어 있다.

 

 

오늘 공개된 재연재 분 2부 34화 디너쇼 - 2막(3)에서 부모님의 건강을 걱정하는 인물들의 모습이 나와있다. 

 

부모님의 건강에 대한 염려라면 치인트를 처음 보던 시절에도 하던 고민이었지만 그땐 좀 막연했다면 지금은 좀 더 현실 적으로 다가와서 눈물이 찔끔 나왔다. 

 

 

출처: 네이버웹툰 치즈인더트랩 2부 34화

 

 웹툰 내에서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홍설의 절친, 보라의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지셔서 병원에 달려간 장면이다. 

 

처음에 이 부분을 볼 때는 '친구의 부모님이 아프셔서 친구에게 달려간다.'라는 사건보다 홍설과 유정의 관계에 집중을 했다면 지금은 '부모님이 아프다'라는 사건에 집중이 되었다.

 

부모님의 건강에 대한 걱정은 성인이 되고 나서 친구들과 술 한잔할 때마다 항상 나오는 이야기이다.

 

부모님이 점점 약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안타까움과 자책, 그에 따라오는 미래에 대한 걱정은 대학생의  가장 큰 고민이 아닐까 싶다. 

 

 

출처: 네이버웹툰 치즈인더트랩 2부 34화

 

 

아버지가 쓰러진 친구를 걱정하는 동시에 자신의 가족을 걱정하는 주인공. 

 

친구의 부모님의 일로 병원에 왔지만 자신도 더 이상 외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순수하게 위로만을 하지 못하고 마음 한구석에서 본인의 상황에 대한 걱정도 한다.

 

이 장면에서의 홍설은 현재 중년을 거치며 점점 노년으로 가는 부모님을 보는 나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치인트는 캠퍼스 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연애, 조별과제의 빡침, 그 외 여러 가지 트러블에 관한 이야기에 집중이 되어있지만 역시 특별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인물 하나하나의 사연이 마치 내 주변 친구를 보는 듯한, 또는 나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어서이다. 

 

아무리 현실적인 만화도 재미를 위한 만화적 장치가 들어가면서 독자와의 거리를 두게 되는데, 이 만화는 비현실적으로 완벽한 남주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에 밀리지 않는 현실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들이 마치 내 조별과제 카톡에 있을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게 치인트의 가장 큰 장점이자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홍설의 고민이 곧 나의 고민이 된 지금 보는 이 웹툰은 처음 봤을 때와는 너무 다른 느낌이어서 내 안에서 새로운 서사를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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